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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에 정치적인 힘을 가진 세력으로 새롭게 등장한 사대부는 이성계를 중심으로 조선을 건국하였다. 사대부 계급은 불교 대신에 성리학적 이념을 내세워서 정치·신분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 체제를 개편하였다. 정치·사회의 안정과 국력의 충실은 조선 왕조로 하여금 초기부터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게 하였다. 특히 유학儒學을 정치·사회·문화의 바탕으로 삼으면서 학문 활동이 크게 진전되었고, 왕성한 민족적 자각과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마침내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기에 이르렀다.


훈민정음의 창제는 국문학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문을 이용한 한문학이나, 한자의 음과 훈만을 이용한 향찰 문학 대신에 국문으로 표현하고 기록하는 자국어 문학이 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갖추게 됨으로써 우리 민족은 문화 민족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국문학 창조의 길을 열었다. 17세기 이후에 나타난 국문 소설과 각종 국문 시가와 수필 문학, 자국어 문학에 대한 비평적 관심 등은 바로 조선 초기의 한글 창제에 힘입은 것이다.


조선 초기에는 새로운 왕조의 창업을 송축하고 성리학의 이념을 전파하는 시가 문학이 융성하였다. 우선 궁중 제례악을 완성하기 위해 고려 시대부터 전해지던 노래들을 모아 『악장가사』와 『악학궤범』,『시용향악보』 등을 편찬하였다. 한편으로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와 같이 건국 시조를 찬양하고 조선 왕조 창건을 합리화하는 내용의 악장인 정도전의 '문덕곡文德曲'과 '신도가新都歌', 윤회의 '봉황음鳳凰吟' 등이 지어졌으나, 악장樂章[각주:1] 문학은 조선 초기를 지나면서 더 이상 지어지지 않았다. 


  1. 악장 : 조선 건국의 성업聖業과 선조의 위업·공덕을 기리는 송축가를 말한다. 주로 나라의 제전祭典 때 음악에 맞추어 불렀던 노래의 형식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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