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도시 문명 속에서 펼쳐지는 소설가의 하루 행적을 독특한 기법으로 그려 낸 소설이다. 이러한 기법이 작품의 미적 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해 보도록 하자. 또한 도시를 산책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의식을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야 했던 당대 지식인의 고뇌와 연관지어 이해하여 보자.
작품의 줄거리
스물여섯 살의 구보 씨는 동경 유학까지 하고 돌아왔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소일이나 하는 작가이다. 집을 나선 구보는 서울 시내를 배회하면서 거리의 여러 풍경이나 군중과 마주칠 때마다 고독과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고, 동경에서의 일을 회상하기도 하며, 다방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연인들을 바라보면서 질투와 고독을 느낀다.
친구들과의 목적 없는 만남 뒤에 구보는 종로 술집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며 모든 사람을 정신 병자로 관찰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새벽 두 시의 종로 네거리, 그는 늦게까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고, 어머니의 혼인 이야기를 물리치지 않기로 작정한다. 그는 벗에게 좋은 소설을 쓰겠다고 말하면서 헤어진다.
여기에서는 구보가 집을 나와 서울을 배회하기 시작하는 부분으로, 전차 안에서 본 사람들과 그에 대한 느낌이 잘 나타나 있다.
작품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소설가 '구보'가 집을 나섰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하루 동안에 있었던 행적을 그린 소설이다. '구보'는 도시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도시의 여러 가지 풍물과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행동과 의식의 추이에는 어떠한 목적도 없으며, 미래에 대한 전망도 들어 있지 않다. 이는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떠한 대의명분도 쉽게 가질 수 없었던 당시 지식인들의 고뇌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의 미적 구조는 그 시대의 가치관, 정치·문화적 현실, 그리고 예술적 경향이나 문예 사조 등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도시 문명에 대한 관찰과 관찰자의 의식만을 보여 주고 있는 이 소설의 독특한 구성 방식 역시 식민지화와 근대화가 동시에 진행되었던 당대의 사회·문화적 배경 의식의 흐름을 중시하였던 모더니즘 소설의 유입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이 작품의 구성은 일반적인 소설들처럼 '발단-전개-절정-결말'의 구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구보가 집을 나서는 때부터 돌아오는 새벽까지, 하루 동안 마주치게 되는 단편적인 일들에 대한 구보의 의식 세계를 주로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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