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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역마살, 혹은 당사주唐四柱로 표상되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운명관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운명에 패배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그에 순응함으로써 인간 구원과 도달하고자 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 삶의 모습을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작품을 수용해 보자.
이 작품은 '무녀도', '황토기', '바위' 등의 작품과 함께 김동리의 운명론적 문학관을 보여 주는 초기 대표작 중의 하나로, 한국 문학의 고유한 특질과 민족적 특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 했던 작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역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대부분 자신의 의지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주어진 역마살에 둘러싸여 있다. 성기가 계연과 결혼할 수 없음을 알고 유랑의 길을 떠나는 결말은, 운명을 거스르지 않음으로써 구원에 이르게 된다고 믿는 한국인의 운명관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근대 소설이 소설의 관습으로서 사실성을 내세우는 것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 혹은 인간 관계의 운명이 모두 우연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이는 작가가 운명의 문제를 사실성의 차원이 아니라, 구경究竟적인 삶의 형식 혹은 초인간적 서의 차원에서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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