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의 인식적·미적·윤리적 가치는 복합적으로 존재하므로 그에 대한 판단은 완전히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독자는 문학 작품의 인식적 가치를 판단하는 경우에도 미적 가치와 윤리적가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미적 가치와 윤리적 가치를 판단하는 경우에도 다른 가치들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학 작품의 가치 판단은 독자와 그 작품의 소통 맥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아무리 좋은 문학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어떤 독자가 읽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어떤 소통 맥락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는 다르게 평가된다. 흔히 우리는 문학 작품을 읽고서 '재미있다, 재미없다' 또는 '좋다, 나쁘다'와 같은 가치 판단을 하는데, 이러한 가치 판단은 독자의 경험과 가치관, 문학을 보는 관점, 작가나 작품에 대한 기대 등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다. 심지어 동일한 독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어떤 소통 맥락에서 그 작품을 대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 판단은 달리진다.
예들 들어, 누군가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읽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 시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시의 '이별의 정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이 작품에서 사랑의 위대함과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면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으며, '이별의 정한'보다는 그 음악성이나 표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그 유연한 가락이나 역설적 표현을 높게 평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회 현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거나 산문적인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독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독자는 누군가가 이미 해 놓은 가치 판단에 기대어서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독자를 결코 좋은 독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가치 판단과 객관적인 가치 판단을 적절히 조정하고, 문학 작품을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서 바라보면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독자야말로 좋은 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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