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삶/펼쳐진 문학세계

역사와 함께 숨쉬는 아리랑

앞으로가 2015. 8. 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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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개최된 시드니 올림픽에서 아리랑의 선율이 은은하게 깔리는 가운데 손을 맞잡은 남북한 선수들이 하늘색 한반도 기를 앞세우고 입장할 때 관중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 순간 아리랑은 지구촌에 울려 퍼지는 희망과 평화와 감동의 메시지였다. 


대체 아리랑은 무엇이기에 싸늘하게 닫혔던 마음의 벽을 이처럼 녹일 수 있단 말인가. 반세기 동안 얽힌 매듭을 한 올씩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아리랑은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민족사의 흐름을 같이해 온 질기디 질긴 생명력의 노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에서 아리랑은 "예술은 영웅적 투쟁 모습을 그려야 한다"는 기조에 따라 이념적인 색체를 강조해 '피바다'식 혁명 가극인 '밀림아 이야기하라'에 등장하기도 한다. 아리랑의 내용은 대체적으로 민족적 정서에 중심을 두고 있으나 창법은 우리 정서에 익숙하면서도 좀 낯설게 들리고 앵무새 소리  같은 이질적인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북한의 아리랑이 전통 음악에 뿌리를 두는 한편 그들만의 창법에 맞춰 변주한 결과일 것이다. 북한 아리랑의 소리깔과 맛깔은 우리와는 다르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 다른 음악권에서 이념과 내면의 이데올로기가 낳은 치장일지도 모른다. 


사실 분단의 골 깊은 상처에 비해 아리랑만큼 민족을 연결하는 끈끈한 고리는 없을 것이다. 1989년 북경 아시안 게임 단일 팀 구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에서 남북 단일팀의 단가로 아리랑을 택하면서 아리랑은 분단을 넘어서 남북이 어우러져 부를 통일의 노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1985년 남북 이산가족 교환 방문 때 평양에 간 서울 예술단은 "청천 하늘에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에 수심도 많다"는 아리랑 가사를 "어두운 세월은 지나가고 희망찬 새날이 밝아온다"로 고쳐 부르며 '희망찬 새날'을 꿈꾸기도 했다. 


아리랑은 살아있다. 끈끈하게 살아서 어제를 노래하고 오늘과 내일을 노래하고 있다.


일제 시대에는 나라를 잃은 설움과 조국 광복의 염원을 노래했고, 6·25전쟁 직후부터는 분단의 아픔을 줄곧 노래하며 남과 북을 이어주는 촉매 구실을 해 왔다. 


사발 그릇이 깨어지면은 두세 쪽이 나는데

삼팔선이 깨어지면은 한 덩어리로 뭉친다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정선아리랑 가사처럼, '깨어지면 하나로 뭉친다'는 역설은 분단의 고개를 넘어서 통일의 굳은 희망을 노래하는 아리랑이다.


남과 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날이면 아마도 국가도 아리랑에서 나올 것이다. 그 때 부르는 아리랑, 분단의 고개를 넘어선 통일 아리랑이 세계 곳곳에 울려 퍼지는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 진용선(정선아리랑 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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