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삶/문학 만들기

시의 구성 원리에서 간결하게 압축하기

앞으로가 2016. 2. 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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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여러 장면을 통하여 이야기를 꾸며 내는 서사 문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성 원리를 가지고 있다. 시를 창작할 때에는 군더더기의 설명이나 논증이 필요하지 않으며,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과감한 생략과 비약, 암시와 함축 등을 통해 시적 경험을 간결하게 제시할 때 공감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즉 사물(대상)의 한 단면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시적 경험을 집중시키고 이를 압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시의 심미적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다음 작품을 예를 들어 이러한 원리를 확인해 보자.



♣ 이 시는 비록 절제된 언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한 여인의 삶에 대한 애처로운 시선과 섬세한 감정이 사실적으로 드러나 있다. 일제 강점기 농촌의 몰락과 '섶벌' 처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민족의 현실을 잘 보여 준다. 


이 작품은 4연 12행의 비교적 짧은 시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 짧은 시를 통해 가족을 잃고 중이 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제 강점하에 있던 조선의 비극적 현실을 암시하고 있다. 만약 2, 3연에 압축적으로 제시된 여승의 가족사를 장황한 이야기로 꾸민다든지, 여승이 되기까지의 내적 번뇌를 세밀하게 그렸다면, 이 시의 미적 효과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적절한 생략과 비약을 통해 시적 주인공의 삶을 압축하고 내면 심리를 암시함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시적 공감의 폭을 넓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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