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는 1인칭 발화의 표현 양식이다. '나'만의 개성적 시각과 내면적 체험을 자신의 인격을 통해 직접 표현한다는 점은 시라는 문학 갈래가 지닌 고유한 매력이다. 서정시를 가리켜 '엿듣는 독백'이라고 하는데, 이는 시인이 자신의 내면적 체험을 자기 자신에게 고백하듯 말하고, 독자는 그것을 몰래 엿듣는 것처럼 작품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 이 시는 노동의 현장에서 오는 삶의 경험을 '강'이라는 자연물의 심상과 결합시켜 깊은 시적 의미를 얻고 있다. 노동의 가치를 부당하게 취급하는 현실에서 느끼는 분노와 고통을 시인은 흐르는 물에 씻어 버리며 삶을 반추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이 시는 중년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통해 민중의 아픔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 스스로 시적 화자, 즉 노동자가 되어 구체적인 삶의 경험을 절제된 감정으로 노래하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소재와 주제를 소설이나 희곡으로 창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작가는 소재와 주제를 형상화하기 위한 등장 인물을 설정하고, 자신의 감정을 등장 인물의 입을 빌려 간접적으로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를 창작할 때에는 '나'의 감정·느낌·판단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입을 통해 표현하면 된다. 물론 실제 표현 과정에서 '나'를 직접 등장시킬 수도 있고, '나'라는 존재를 완전히 숨긴 채 사물의 객관적 묘사로 일관할 수도 있으며, 허구적 인물을 등장시켜 '나'를 간접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시는 '나'라는 1인칭 화자의 입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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