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6·25 전쟁의 비극적 현실을 극도의 절망감과 허무 의식을 통해 그려 내고 있다. 특히 반어와 역설의 표현 기법을 활용하여, 모든 것을 죽음의 상태로 몰고간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자기 고발을 시도하고 있다. 작품을 낳은 시대적 환경과 시인의 처지 등을 고려하여, 작품이 지닌 인식적·미적·윤리적 가치를 비판적·창의적으로 수용해 보자.
이 시에서 서정적 자아는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이란 가정법을 활용하여 그것은 '회상과 체험', '고뇌와 저항', '회의와 불안', '단순한 상태의 시체'일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전쟁과 문명이 초래한 파괴와 살육의 현실을 반어적·역설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것이다.
서정적 자아의 비판적인 시선은 전쟁으로 초래된 외부의 현실과 함께 시인의 내면 의식을 향해 있다. 전쟁으로 인해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폐한 전후의 현실은 서정적 자아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 모든 생명이 사라진 그 절대적인 '없음[無] 앞에서, 서정적 자아는 살육에 복종한 자신을 증오하고 회의와 불안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물론 시인은 부정적인 현실에 대해 고뇌와 저항을 다짐하지만 그것 또한 여의치 않다. '청춘의 반역'은 이미 소멸되었고, '회상도 고뇌도' 이미 망령에게 팔아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정적 자아는 자신을 '철없는 시인', '단순한 상태의 시체'에 비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비판과 자기 고발은 시대의 고통을 이겨 내고자 하는 시인의 치열한 시 정신을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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