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도道'의 경지를 중시하는 석담과 '예藝'의 세계를 확립하려는 고죽 사이의 갈등을 통해 예술의 참다운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 있는 소설이다. 인물 간의 갈등과 갈등 해소 방식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예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예술관을 정립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보자.
작품의 줄거리
어려서부터 부모를 여윈 서예가 고죽은 석담 선생에게 맡겨진다. '예藝'보다 '도道'를 더 우선시하는 석담은 '도道'보다 '예藝'가 더 강한 고죽의 작품 세계를 못마땅해한다. 고죽은 스승과는 달리 보편적 원리로서의 도를 인정하지 않고, 한 인간의 삶과 마찬가지로 서예 역시 독특하게 추구되어야 할 상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서예가 다른 무엇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독자적 세계를 추구해 간다.
중년의 나이에 스승과 대립하기도 했던 고죽은 스승이 죽은 후에야 스승이 자기를 총애하였음을 알게 되고, 죽음에 임박하여 자신의 작품을 회수하여 불태운다. 고죽은 그 불꽃에서 자기 부정의 예술혼인 금지조를 확인하며 죽음을 맞는다.
여기서는 죽음에 임박한 고죽이 그의 제자인 초헌에게 자신의 작품울 불태우라고 명령하는 부분부터 실려 있다.
금시조金翅鳥
인도 신화와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큰 새로, 가루라 또는 묘시조라고 부른다. 매와 비슷한 머리에는 여의주가 박혀 있으며, 금빛 날개가 있는 몸은 사람을 닮고 불을 뿜는 입으로 용을 잡아 먹는다고 한다.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의 갈등은 석담과 고죽이라는 두 인물의 서로 다른 예술관을 둘러싸고 펼쳐진다. 영남 유학자 후예인 석담은 학문적 교양과 높은 지조를 지키면서 '도道'의 경지에 도달할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의 제자인 고죽은 천부적 소질을 바탕으로 하여 '예藝'의 세계를 확립하려고 한다. 따라서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려면 석담과 고죽 사이의 이러한 갈등이 어떻게 해소되는가를 살펴야 한다.
고죽은 서예의 도를 중시하던 스승과는 다르게 예藝를 강조함으로써 무수한 갈등과 고통 속에 휩싸이게 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예술관을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그 가치는 한 개인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부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어지며, 이러한 작가의 역설은 금시조라는 상상의 새를 통해 표현된다. 이러한 주제 의식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예술관을 참다운 아름다움이 그 무엇보다도 우위에 놓인다고 보는 고죽의 예술관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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