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는 우리의 전통 무속인 오구굿에서 가창되는 서사 무가敍事巫歌로서 구비 문학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담고 있는 한국적 정한의 세계와 민중의 내세관에는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또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한국 서사 문학의 갈래적 특성을 이해해 보자.
바리데기의 구조
'이승의 버림 -> 이승과 저승 사이의 세계인 영계에서 시련 -> 이승으로 귀환하여 부모를 살림 -> 죽은 영혼을 천도하는 별이나 무당이 됨'의 구조로 짜여져 있다.
작품의 줄거리
옛날 불라국의 오귀 대왕은 딸만 여섯을 낳았다. 그러던 차에 신령님께 치성을 드려 아이를 잉태하지만, 낳고 보니 일곱째도 또 딸이었다. 이에 화가 난 왕은 그 딸을 갖다 버리도록 시키고, 왕비는 그 이름을 '바리데기'라고 지은 후 산에 버렸다. 세월이 흘러 왕과 왕비가 죽을 병에 걸려 점을 쳐 보니 저승에 있는 약수를 먹어야 산다고 하여, 왕은 여섯 딸들에게 그 약을 가져올 것을 부탁했지만 모두 거절한다. 이 소식을 들은 바리데기는 왕과 왕비 앞에 나타나 자청해서 약을 구하러 저승으로 떠난다.
저승까지 가는 길에 바리데기는 수많은 역경을 겪지만 불보살의 도움으로 무사히 저승에 도착한다. 그러나 저승의 수문장이, 자신과 결혼하여 시중을 들어야 약수를 준다고 하자, 바리데기는 그와 결혼하여, 아들 일곱을 낳고 비로소 약수와 신비한 꽃을 얻게 된다.
약을 구해서 부모를 찾아 돌아오던 바리데기는 오는 길목에서 왕과 왕비의 상여를 만난다. 깜짝 놀란 바리데기가 약수를 왕과 왕비의 입에 흘려 넣자 그들은 다시 살아난다. 왕은 바리데기에에 왕국의 절반을 주겠다고 했지만, 바리데기는 모두 거절한다. 훗날 바리데기는 그 공적으로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오구신이 되고 남편과 아들들도 각각 신이 된다.
아래의 부분은 왕비가 눈물을 머금고 바리데기를 산 속에 버리는 장면이다.
'바리데기'는 서사적인 성격을 지닌 무가로서, 사람이 죽은 뒤 49일 안에 지내는 '지노귀굿(오구굿)'에서 가창되는 구비 문학 작품이다. 오구굿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잘 인도한다는 의미해서 행해지는 전통 무속 제의이다. 따라서 '바리데기'에는 한국 민중의 전통적인 내세관은 물론, 그러한 내세관이 등장하게 된 현실 세계의 경험 구조와 심리가 잘 반영되어 있다.
'바리데기'는 바리데기라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일곱 번째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아야 했던 바리데기는 숱한 고난과 시련을 당하지만, 마침내 이를 극복하고 가족과 재회하여 어려움에 처한 가족을 구원해 내는 영웅적 인물이다. 이와 같은 '고귀한 출생-버려짐-고난의 반복-과제의 달성-신이 됨'이라는 서사 구조는 고대 건국 신화를 비롯하여 조선 후기 소설에서도 발견되는 우리의 서사 문학의 특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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