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음악, 미술, 연극과 영화. 이 예술들은 표현 매체나 예술적 관습에 있어서는 각각 다르지만,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들은 심미적 가치를 중시하고, 한 사회의 문화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을 형성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문학과 그 인접 예술들은 창작과 수용의 과정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인접 예술의 표현 기법이나 양식에 영향을 받아 참신한 표현이 말들어지거나, 심지어 문학의 관습과 전통, 문학에 대한 관념까지도 새롭게 바뀌는 경우도 있다. 1920~30년대에 형성된 초현실주의 사조의 경우가 그러하다. 유럽 초현실주의는 서로 다른 예술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이 교류하면서, 사상·예술관·기법 등에 서로 영향을 주어 형성된 것이다. 초현실주의 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동 기술법이나 언어·형식의 파괴는 초현실주의 미술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문학과 인접 예술의 영향 관계는 꽤 오래 전부터 형성되었다. 근대적 인쇄술이 널리 보급되기 이전에는 구술口述과 연희演戱가 문학 활동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따라서 근대 이전의 문학에서는 다양한 언어적·비언어적 표현 매체가 문학 활동에 활용되었고, 조선 후기의 판소리와 같이 다른 예술 갈래가 문학의 표현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근대 문학이 형성된 이후에도 문학과 음악, 문학과 연극, 문학과 미술 등은 주제와 기법 등에 있어서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고전주의·낭만주의·사실주의·모더니즘·포스트 모더니즘 등의 문예 사조가 문학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에서도 발견되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명확하게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시와 음악, 시와 미술, 소설과 영화, 연극과 영화와 뮤지컬 등 문학과 인접 예술 간에 폭넓은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갈래 해체 혹은 갈래 확산을 내세우는 현대의 포스트 모더니즘 문학에서는 문학과 인접 예술 간에 경계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영화의 서술 기법을 원용한 소설 작법, 문학 작품의 영상 예술화, 시를 매개로 한 다양한 퍼포먼스, 회화의 기법을 이용한 시 창작 등이 좋온 예이다.
이제 문학의 관점에서 인접 예술을 감상하거나, 이를 바꾸어 인접 예술의 관점에서 문학을 재구성하는 활동을 해 보자.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문학의 영역을 넓힘으로써 문학 및 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문학과 삶 > 문학과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래로 불리는 문학 작품 (0) | 2015.09.14 |
---|---|
대중 가요로 불리는 시 (1) | 2015.09.04 |
문학과 인접 예술의 교류 (0) | 2015.08.17 |
정약용의 '이노행' (0) | 2015.08.08 |
'구렁이'의 출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0) | 2015.07.30 |